윳의 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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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아란 2022. 9. 6. 18:15

생각 하나.

엄마는 가끔 나의 정없음과 싹퉁머리없음의 예시로 네 살 때, 엄마가 이모 간병하러 서울 가고 나를 외갓댁에 맡겼다가 데리러 왔을 때 내가 본인을 스윽 보고 다시 놀러간 걸 얘기하곤 한다. 너는 몇달만에 엄마를 보고도 씨익 웃더니 놀기에 바빴다고.

근데 그 당시의 내 기억은 이렇다. 내가 그때 엄마를 반기지 않은 이유는 '엄마'라는 호칭과 단어가 아예 기억이 안 났었기 때문이다. 저사람이 나랑 되게 친했던 사람이긴 한데 뭐라고 부르더라 근데 그걸 기억하지 않으면, 기억해내지 않으면 안될거 같아서 사촌들이랑 놀던 옥상으로 도망간거였다고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이걸 지금 굳이 기록으로 남겨두는 이유는... 저때 이모가 자궁을 들어냈는데 그 부분에 이상 소견이 보여서 오늘 검사를 받으러 가셨기 때문. 근데 나도 선근증이 생겨서 양방 치료로는 자궁 적출밖에 답이 없어서 고민중이라...

까지였으면 좋았을텐데(실제로 지난주까진 이정도의 감상이었다) 오늘 연대 계산을 해보니까 엄마라는 단어를 잃어버릴법도 했던거 같음.

 

아마도 세살에서 네 살로 넘어가는 겨울로 기억중인데, 집에서 자다가 쫓겨난 기억이 있다. 눈오는 날이었는데 슬리퍼도 못 신고 나와서 아빠가 날 들고 옮겼던 기억. 몇 년 전에 이 일에 대해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랑 싸웠는데 아빠가 그대로 나가면 다시는 안 들어올 것 같아서 날 깨워서 따라가라고 한거라고...근데 니가 멍청해서 말귀를 못 알아들은거라고......-_-a

 

저게 세살에서 네살로 넘어가는 겨울이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집에서 쫓겨나 반년가량 떨어져 있어 어린 뇌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사라지기 충분한 기간 아니었나 싶기도.

 

생각 둘.

아빠는 약 4년 전 부터 큰집에 가지 않으신다고 한다. 일단은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본인 남자형제도 한 사람밖에 안남아있고 뭐 그런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큰엄마가 제사 그만한다고 해서. 나는 또 여기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제사를 안 지내는 것은 뭐....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진보이고 좋은 일이긴 한데 저 큰엄마란 양반이 영 탐탁찮은 인간이란 말이지.

 

일단은 엄마 결혼할 때 큰집에서 방 하나 해준다고 했던거 훼방놓은게 저양반이고(젊은 애들이니까 괜찮다고 했다나) 쓸데없이 시집살이 시킨것도 저양반이고(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내 생일이랑 엄빠 결혼기념일이 9개월 차이니까 할머니가 시집살이를 시킨 기간보다 저양반이 쌉소리를 한 기간이 훨씬 길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명의 돌려서 유산을 전부 자기 앞으로 받은 것도 있고 큰아빠 일찍 돌아가신 핑계로 내내 아빠 부려먹으면서도 무시한 것도 있고(엄마는 니 아빠가 밸도 없어서 그런다고 아빠를 깠었음.) 나도 여자애라고 차별하던 인간이 제사 안 함 선언을 한게 개인적으론 굉장히 꽁깃꽁깃함.

 

그야 뭐...외적으로 보면 이제 둘째 큰아빠랑 아빠만 남았는데 둘 다 아들 없이 딸만 있고 셋째 큰아빠네는 음....그집 며느리가 사이비라 제사 안한다 그러고 첫째 큰아빠네는 음....모르겄네a 근데 솔직히 제사 안지낼거면 유산 토해내야한다는 엄마 말에 나도 좀 심정적으로 동의함. 사실 저 유산건만 아니었으면 ㅇㅇ 생각 잘하셨네 했을.....했을까 과연.... 음....... 으음...

이제 내가 당했던? 건 흔하게 설이랑 추석에 엄마 말 따라서 남자상에서 먹고있으면 여자는 거기서 먹는거 아니라고 부엌으로 데려가려던 거랑(생각해보면 사촌언니들이 언젠가부터 안오기 시작했는데 이 탓도 좀 있을 듭. 나도 머리굵고 나선 저거 생각하면서 안 갔으니까...) 사촌 오빠들 이겨먹으려 한다고 혼났던거랑(아마도 10세 이전일거임.....) 열 살 때인가 추석 어림에 엄마 못 가니까 니가 일 대신하라고 부려먹은거랑... 아 근데 이날 그양반이 아빠 대하는게 참 그랬다. 어린 마음에도 너무 헐하게 대한다고 생각했었음. 중학교 이후로 안가다가 대학 입학하고 두어번 가다 말아서 더 얽힐일은 없긴 했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설이랑 추석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데 트이타에 구질거리기 싫어서 걍 블로그에 박제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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