윳의 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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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뒹굴다가 문득 떠올라서 기록을 남겨둠.
얼마전에 엄마가 나를 이과 책도 나름 좋아하지만 문과 재질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20년만에 알게 되었다. 근데 나는 이과 선택할 때 엄마가 내가 이과 가기를 바란다고 생각해서 택한것도 한 20~30%쯤 됐거든. 1순위는 게임이 좋아서였고 2순위는 이과가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근데 저 1순위도 나중에 더 나이먹고 생각해보니 게임을 하는 것이나 게임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탐구하는 걸 좋아하는게 아니라 게임에서 보여지는 어떤 내러티브나 스토리를 좋아하는거였음. 빼박 문과 재질이었던 거. 암튼 이과를 택했는데 7차 수학2 말미부터 따라가질 못하고 성적이 수직하락하면서도 어찌어찌 목표 대학(A대 컴공)은 갔지만 결국 졸업은 못하고 최종 전공은 어문계열(영어교육)이 되어버린 입장에서, 현재 고등학생들에게 자기 진로를 정하라는건 너무 가혹한거 아닌가 싶다.
내가 조금 더 엄마를 믿고 내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상황이랄지 분위기였다면 고1 말미에 문이과 선택이라든가 컴공에서 죽 쑤고 있을 때 좀 더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조금 듦. 가족간 신뢰와 소통의 부족이 이런 결과(30대 후반까지 비정규직)를 만들어버린 것 같다...
문득 떠올랐다고 했는데 어젠가 그제 입결 나오고 도에서 서울대 보낸 학생 있는 학교 명단 뿌려지는 걸 보면서 좀 아쉽고 질투나고 그래서 떠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