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퇴마록 빠순이의 퇴마록 애니 후기
한줄요약 : 30년을 벼른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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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퇴마록..... 애증의 퇴마록이 제법 제대로 영상화 된 모양인데 보러갈까 말까 고민중.팬이라기보다는 이제 팬이었던것 정도로...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얽힌 기억이 많긴 한데 생각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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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덕질 좀 했다 하는 사람이라면 퇴마록을..... 아마 안 본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함. 애초에 그시절은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아 몇몇 부잣집 자식들이 아니라면-98년도 언저리에 내가 퇴마록 세계편을 처음 보고 사촌언니한테 눈을 빛내며 얘기했더니 그 언니는 언제적 퇴마록이냐고 요새는 드래곤 라자가 대세라고 답해줬던 기억이 있다- 출간된 책을 봐야했는데 출간된 책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내가 살던 동네까지 대여점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건 그보다 몇 년 뒤의 일이었다. 어차피 나는 용돈도 없어서 대여점 갈 돈도 없었지만.) 일단 우리 학교는 겜하는 놈이나 애니/만화보는 놈이나 판소 보는 놈이나 다 그밥에 그나물이었음.
위 포스팅에서 안 했던 말이 있는데... 아마 퇴마록 환빠질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은 본인이 퇴마록 보고 환빠질을 했다가 빠져나와서 그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일단 나. 환빠질을 안한 사람은 후회할 일이 없고 아직도 환빠인 사람도 후회할 일이 없겠지... 박주옥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려서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작가에 대한 적개심(?)에 저시절의 나에 대한 후회도 꽤 지분을 차지하지 싶다. 내가 퇴마록에 관심을 끊은게 아마 말세편 끝나고 나서였던거 같고 11년엔가 나왔던 소장판은 눈길도 주지 않았었는데 그쪽에선 환빠맛이 많이 빠졌다고 하는 말이 있긴 하다. 그치만 이번에 새로 2부 나온다는건 영 기대가 되지 않는군... 아무래도 저게 세기말이라 좀 더 흥했던 것도 있고 말세고 창세고 이제 섭컬에선 질리도록 우려먹은 육수 다 빠진 뼈다귀 같은 느낌이라...
소설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애니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보겠다.
퇴마록의 장르는...... 오컬트다. 호러와도 좀 맞닿은 부분이 있는 장르란 얘기다. 그리고 나는 스릴러는 봐도 호러는 안보는...... 개 쫄보다. 사실 추리 소설들도 살인 사건 많이 나오면 안 읽는 편. 퇴마록 애니를 보러갈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의 70%는 작가에 대한 비호감(환빠 외에도 20세기에 진행했던 미디어 믹스들이 작가의 이상한 곤조-랄지 뭔가 순문학 작가를 향한 열망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에 의해 다 망했던 것이라든가....)이라면 30%는 고어 텍스트는 적당히 넘어가거나 무딘 상상력으로 흐린 눈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나보다 더 예리한 사람에 의해 영상화가 된 것을 내가 과연 보고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였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어... 무서운 부분(점프 스케어) 몇 군데 있음. 한 네 군데 정도...? 그치만 원작을 봤다면, 혹은 영상의 문법에 익숙하다면 대충 어디쯤에서 나올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을 피할 수 있는 정도. 그러나 무서운게 싫다면 역시 내 손을 잡아줄 인간을 하나 데리고 가는게 좋겠다. 초반부터 불쑥 나옴.
각색이 21세기에 맞게 잘 됐다. 박신부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게 개그 포인트라면 개그 포인트. 원작은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완결났던 것 같으므로ㅋㅋㅋㅋㅋㅋㅋㅋ... 핸드폰 쓰는 장면은 있었던가? 비슷하게 21세기 초반에 연재&완결났던 채월야도 코믹스버젼의 세건이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돌이켜보니 사실상 유일한 웃음 포인트였다...
(참고로.... 들녘에서 말세편 완결이 난 것이 2001년의 일이다.)
퇴마록의 시작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하늘이 불타던 날이 메인 에피소드로 곁들이로 닥터박이 박신부가 되고 파문당하는 그 에피들이 살짝 섞여들어감. sns에서 박신부의 묵주에 달린 토끼링이 잠깐 화제가 됐었는데 그거 이것을 보고 있는 퇴마록 올드팬들이 생각하는 그거 맞음.그리고 비종교인들이 당시 몹시 궁금해했던 성수뿌리개를 볼 수 있었음... 햅삐.
아무튼 박신부에 대한 러프한 설명과 잠깐 승희 얼굴을 비춰준 이후엔 메인 에피를 향해 급격히 달려간다. 나 넘 오랜만이라 기억이 안나는데 박신부랑 장호법이 원래 알던 사이였나....? 몰겠다:Q 중간에 현암의 내력에 대해서도 살짝 밑밥 깔아주고... 다만 해동밀교 5대 호법들에 대해서는 각색이 좀 있었던 듯....? 원래 상좌호법 걔 통수치지 않았나? 언제 통수치나 조마조마하며 봤는데 걍 가시더라긔...? 아무래도 85분에 담아내긴 좀 무리긴 했겠지요... 아 그리고 sns에서 허허자가 인기여서 엥? 했는데 오.... 그럴만했음. 능청스러운 (명예-어디서 듣기로 30대라더라긔...?)아저씨 캐, 그런데 희생함은 언제나 맛도리지...
스토리라인은 뭐.... 우리가 아는 그거 거의 그대로. 근데 영상미가 진짜 좋음.... 연출도 잘 했고 전투씬도 좋았다. 좀 게임 느낌 나긴 했음.
그러고 보면 준후는 열 살 고정인거 같은데 현암이랑 다른 캐들 나이를 잘 모르겠다...:Q 걍 이미지론 박신부 50대 현암 20대 중후반 승희 20대 초반 느낌인데...
어 그리고... 소설 하늘이 불타던 날 에피 보면서 우신 분은 휴지 들고 가세요. 나는 거기서 울었음...... 알고 있어서 안 울 줄 알았는데 짤 없었이 울었음. 오히려 짧게 잘린 영상에서 소설 문장들 떠오르면서 더 눈물나더라....원래 가볍게 가려고 하다가 혹시 오면서 장볼까 싶어서 항상 들고다니는 보부상 가방 들고갔는데 거기 휴지가 있어서+혼자 봐서 진짜 다행이었다...
최종보스가 된 서교주를 처리하는건 셋이 양쪽에서 힘을 합해서였는데 준후가 바즈라를 이용하긴 하는데 그 아버지(서교주) 보여주려고 연습했단 대사는 짤림. 그치만 아는 사람은 그거랑 직전 장면 비교하면서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할 수 있다...... 아이고 준후야 누나(소설판에선 오빠였으나 애니판 출생년도 변경으로 누나가 되었다)가 아직도 눈물이 난다...
결국 원작대로+예언대로 절이 전소하고 퇴마사 셋이 하산하는걸로 끝이 나는데 이제.... 낡은이 감성이랄지 N적 감성으론 결계가 깨져서 이제 저 불 탄게 평범한 사람들한테도 보일텐데 뒷수습할 공무원들 어쩌냐는 생각과.... 결계 있을때 드론을 날리면 드론촬영에는 어떻게 비췄을까 하는 궁금증과...
아무튼 그.... 아는 맛이 맛있다 알죠 근데 이제 21세기 스타일로 세련되어진 맛. sns에서 원래 tva로 기획됐었다는 말을 봤는데 굉장히 아쉬움. 애니가 주구장창 나올게 아니라면 아마 2~3편정도로 국내편을 마무리할텐데-아마 3부작이면 2편에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였나랑 생명의 나무정도 들어가고 3부에서 월향이랑 초치검 나오지 않을까 싶고 2부작.....2부작 마무리 가능함????? 1부에 하늘이 불타는 날만 넣었는데?????- 국내편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에피들이 다들 굉장히 많을것이기 때문에... 나는 2부에 초상화랑 생명의 나무 예상하지만 또 들녘판 2권의 측백산장도 퇴마록 연재를 개시한 에피소드로 찐팬들한텐 의미가 깊을 것 같단 말이에요? 근데 한 4~5부작 할거 아니면 아무래도 뺄 수 없을 것 같은 에피가 승희 나오고 합류하는 그거랑 넷이 처음으로 합 맞추는거랑 현암이 월향 얻는거랑-이걸 빼면 한국인들한테 마늘을 금지하는 그런 격... 현암의 캐릭터성을 완전히 바꿀거 아니면 삭제 못하지 않을까...?- 초치검-진짜 환빠맛 진했던 에피긴 한데 또 국내편의 마무리 에피소드로서 뺄 수 없을거 같음....-일거 같단 말이지....
ps. 나는 퇴마합진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또 퇴마합진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긴 하더라..
ps2. 퇴마록 영화요? 그런게 있었나요ㅎㅎ;;;(외면 퇴마록 실사 영화랑 드라 코믹스는..... 8090덕들의 금기어로...그시절 덕으로서 자조하는게 아니라 진지하게 얘기하시면 막고라 뜨자는 얘기가 됩니다... 비슷한 것으로는 지브리가 어스시 가져가서 개판쳐놓은 그것(이름도 부르고 싶지 않아하는 편) 정도가 있겠읍니다...